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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6

미키17 (2025, 봉준호): 우주에서 펼쳐진 또 다른 기생충? 1. 에드워드 애슈턴 원작, 독특한 SF 설정의 매력    영화 [미키17]은 에드워드 애슈턴의 소설 『Mickey7』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으로, 봉준호 감독이 [옥자]와 [설국열차] 이후 다시 한 번 SF 장르에 도전했다는 점에서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원작은 복제인간 ‘미키’가 우주 탐사 과정에서 소모품처럼 취급되는 상황을 다루며,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이러한 설정만 놓고 보면 단순 SF 어드벤처를 떠올리기 쉽지만, 봉준호 감독은 이미 장르 혼합과 깊이 있는 메시지 전달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바 있기에, 이 작품에서도 특유의 블랙코미디와 사회풍자를 결합한 독자적 세계관을 선보입니다. 실제로 [설국열차]에서 계급 구조를 은유했고, [기생충]에서는 계층 갈등을 블랙코미디로 .. 2025. 3. 31.
봉준호, 현실과 장르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예술가 1. 초기작의 매력: 살인의 추억과 괴물이 보여준 가능성     봉준호 감독은 2003년, [살인의 추억]을 통해 한국 영화계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 작품은 실제 연쇄 살인사건을 모티프로 하여, 지방 소도시 형사들의 허술해 보이지만 집요한 수사 과정을 사실적이고도 인상 깊게 그려냈습니다. 당시 국내 스릴러 장르가 고착화된 공식을 따르던 시기에, 봉준호 감독은 범죄와 사회적 문제를 결합함으로써 단순한 수사극을 넘어서는 묵직한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습니다. 특히 코미디와 서스펜스를 교묘히 배치해 관객에게 긴장과 웃음을 동시에 선사하는 방식은 이후 그의 대표적 연출 기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뒤이어 2006년 발표한 [괴물]은 한국형 괴수영화라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며, 가족애와 사회 풍자를 독특하게 .. 2025. 3. 28.
설국열차 (2013, 봉준호): 차가운 디스토피아, 불타오르는 인간의 욕망 1. 멸망 후, 열차에 갇힌 인류의 생존 방식   지구가 기후 실험의 실패로 얼어붙은 뒤, 인류는 생존을 위해 쉼 없이 달리는 거대한 열차에 몸을 싣게 됩니다. 이 열차의 엔진은 마치 신처럼 영원히 멈추지 않는 존재로 그려지며, 승객들은 찬바람이 몰아치는 바깥세상에 발을 디딜 수 없기에 강제로 열차 내부에서의 삶을 이어가야 하죠. 실제로 기차라는 밀폐된 공간은 봉준호 감독 특유의 디스토피아적인 상상력을 극대화하는 무대가 됩니다. 관객은 눈 덮인 폐허와 운명의 레일 위를 달리는 이 거대한 쇳덩어리를 바라보며, 한없이 차갑고도 서늘한 세계관에 빠져듭니다. 영화는 서사를 풀어가면서 기차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만들어진 ‘하나의 사회’라는 점을 시사합니다. 빙하로 뒤덮인 지표에서 밀려난 사람.. 2025. 3. 27.
살인의 추억 (2003, 봉준호): 시대를 뒤흔든 미스터리, 잊지 못할 여운 1. 실제 사건에 뿌리내린 충격: 화성 연쇄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영화 [살인의 추억]은 1980년대 후반 대한민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화성 연쇄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하여 시작부터 강렬한 현실감을 선사합니다. 시골 논밭과 좁은 마을길이라는 한국적 풍경 한가운데서, 잇따른 여성 살인사건이 발생하면서 관객은 절로 긴장하게 되죠. 봉준호 감독은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한 만큼, 당시 경찰 수사의 문제점과 시대적 배경을 사실적으로 그려냅니다. 일반적인 수사물과 달리, 영화는 비장하게만 흐르지 않고 특유의 유머와 애매모호함을 교묘하게 섞어 넣어 관객을 더 깊이 빠져들게 만들죠. “단서가 될 만한 게 없다”는 무력감과 “어떻게든 범인을 잡아야 한다”는 절박함 사이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사건을 추적하는 인물들.. 2025. 3. 26.
기생충 (2019, 봉준호): 층간격차와 블랙코미디의 완벽한 조합 1. 기생충의 시작: 가족이 마주한 새로운 세계   영화가 열리면 반지하에 사는 기택(송강호) 가족의 모습이 펼쳐집니다. 아무리 문을 열어도 시원한 바람 대신 길고양이 냄새와 술 취한 사람의 소란만 들려오는 이 공간은, 가족들이 버티고 있는 사회의 가장 낮은 단면을 상징합니다. 기택의 아들 기우(최우식)는 친구로부터 부잣집 영어 과외 자리를 제안받고, 그 순간부터 가족에게는 어쩌면 인생을 뒤바꿀 수 있을지도 모를 작은 희망이 피어오릅니다. 봉준호 감독 특유의 유머는 극중 인물들의 처지를 웃프게 그려내면서도, 관객에게는 씁쓸함을 동시에 안깁니다. 전반부에는 이 가족이 얼마나 ‘새로운 세계’에 목말라 있는지, 그리고 그들이 이 세계로 들어서기 위해 어떤 절차와 거짓말을 감수해야 하는지가 절묘하게 보여집니다... 2025. 3. 25.
괴물 (2006, 봉준호): 웃음 속에 숨겨진 냉혹한 사회 비판 1. 첫 등장부터 강렬한 한강 괴수의 임팩트  2006년, 한국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봉준호 감독의 [괴물]인데요.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관객은 한강 변에 나타난 괴생명체의 압도적 위용에 압도됩니다. 익숙한 도시 풍경 한가운데에 등장한 그 거대한 괴물은 공포와 호기심을 동시에 자극하며, 기존 괴수 영화와 달리 가족 중심 서사를 전면에 내세우는 독특한 방식으로 전개됩니다. 첫 장면에서 가족들이 평온하게 일상을 누리다가, 갑작스럽게 괴물에게 딸을 빼앗기는 장면은 보는 이를 충격에 빠뜨리죠. 무엇보다 화면에 잡히는 한강과 주변 환경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하기에, 이 비일상적인 상황이 더욱 실감나고 긴장감을 배가시킵니다. 이렇듯 [괴물]은 초반부부터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고, 고정관념을.. 2025. 3.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