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26

미키17 (2025, 봉준호): 우주에서 펼쳐진 또 다른 기생충? 1. 에드워드 애슈턴 원작, 독특한 SF 설정의 매력    영화 [미키17]은 에드워드 애슈턴의 소설 『Mickey7』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으로, 봉준호 감독이 [옥자]와 [설국열차] 이후 다시 한 번 SF 장르에 도전했다는 점에서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원작은 복제인간 ‘미키’가 우주 탐사 과정에서 소모품처럼 취급되는 상황을 다루며,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이러한 설정만 놓고 보면 단순 SF 어드벤처를 떠올리기 쉽지만, 봉준호 감독은 이미 장르 혼합과 깊이 있는 메시지 전달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바 있기에, 이 작품에서도 특유의 블랙코미디와 사회풍자를 결합한 독자적 세계관을 선보입니다. 실제로 [설국열차]에서 계급 구조를 은유했고, [기생충]에서는 계층 갈등을 블랙코미디로 .. 2025. 3. 31.
올드보이 (2003, 박찬욱): 복수의 끝에서 발견한 인간의 본성 1. 뜻밖의 감금, 압축된 시간 속 파헤쳐지는 과거    영화 [올드보이]는 어느 비 오는 밤, 평범한 가장 오대수(최민식)가 갑작스레 납치되어 15년 동안 감금되는 충격적인 장면으로 문을 엽니다. 그가 갇힌 밀실은 호텔방처럼 꾸며져 있지만, 창문도 없고 바깥 세상과의 소통도 완전히 차단된 공간입니다. 오대수는 감금된 이유도 모른 채 TV 뉴스와 간단한 식사만이 주어지는 날들을 보내며, 점차 복수심을 불태우기 시작합니다. 이 긴 시간 동안 축적된 분노와 고통은 그가 탈출에 성공한 뒤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한편, 갑작스럽게 찾아온 자유만큼이나 오대수를 더 혼란에 빠뜨리는 것은, 자신을 가둔 상대가 이미 복수극의 판을 치밀하게 깔아두었다는 사실입니다. ‘왜 하필 나를, 그리고 왜 15년이라는 시간.. 2025. 3. 30.
아가씨 (2016, 박찬욱): 관능과 긴장, 금기를 넘나드는 심리 게임 1. 핑거스미스 원작의 재해석, 1930년대 조선으로 옮겨오다    영화 [아가씨]는 영국 작가 사라 워터스의 소설 [핑거스미스]를 원작으로 하되, 무대를 193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으로 옮김으로써 새로운 분위기를 구현합니다. 박찬욱 감독은 이미 [올드보이]와 [박쥐] 등을 통해 강렬한 영상미와 파격적인 서사를 보여준 바 있지만, [아가씨]에서는 서양과 동양의 문화가 기묘하게 뒤섞인 시공간을 배경으로 한층 더 세련되고 섬세한 연출을 선보입니다. 고풍스러운 저택과 하녀복, 기모노와 서양복이 공존하는 무대 설정은 원작의 빅토리아 시대적 색채를 대체하면서도, 일제강점기의 이질적인 풍경을 성공적으로 결합해 낸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배경 설정에서부터 느껴지는 미묘한 이국적 매력은, 나중에 펼쳐질 치밀한.. 2025. 3. 29.
봉준호, 현실과 장르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예술가 1. 초기작의 매력: 살인의 추억과 괴물이 보여준 가능성     봉준호 감독은 2003년, [살인의 추억]을 통해 한국 영화계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 작품은 실제 연쇄 살인사건을 모티프로 하여, 지방 소도시 형사들의 허술해 보이지만 집요한 수사 과정을 사실적이고도 인상 깊게 그려냈습니다. 당시 국내 스릴러 장르가 고착화된 공식을 따르던 시기에, 봉준호 감독은 범죄와 사회적 문제를 결합함으로써 단순한 수사극을 넘어서는 묵직한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습니다. 특히 코미디와 서스펜스를 교묘히 배치해 관객에게 긴장과 웃음을 동시에 선사하는 방식은 이후 그의 대표적 연출 기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뒤이어 2006년 발표한 [괴물]은 한국형 괴수영화라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며, 가족애와 사회 풍자를 독특하게 .. 2025. 3. 28.
설국열차 (2013, 봉준호): 차가운 디스토피아, 불타오르는 인간의 욕망 1. 멸망 후, 열차에 갇힌 인류의 생존 방식   지구가 기후 실험의 실패로 얼어붙은 뒤, 인류는 생존을 위해 쉼 없이 달리는 거대한 열차에 몸을 싣게 됩니다. 이 열차의 엔진은 마치 신처럼 영원히 멈추지 않는 존재로 그려지며, 승객들은 찬바람이 몰아치는 바깥세상에 발을 디딜 수 없기에 강제로 열차 내부에서의 삶을 이어가야 하죠. 실제로 기차라는 밀폐된 공간은 봉준호 감독 특유의 디스토피아적인 상상력을 극대화하는 무대가 됩니다. 관객은 눈 덮인 폐허와 운명의 레일 위를 달리는 이 거대한 쇳덩어리를 바라보며, 한없이 차갑고도 서늘한 세계관에 빠져듭니다. 영화는 서사를 풀어가면서 기차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만들어진 ‘하나의 사회’라는 점을 시사합니다. 빙하로 뒤덮인 지표에서 밀려난 사람.. 2025. 3. 27.
살인의 추억 (2003, 봉준호): 시대를 뒤흔든 미스터리, 잊지 못할 여운 1. 실제 사건에 뿌리내린 충격: 화성 연쇄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영화 [살인의 추억]은 1980년대 후반 대한민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화성 연쇄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하여 시작부터 강렬한 현실감을 선사합니다. 시골 논밭과 좁은 마을길이라는 한국적 풍경 한가운데서, 잇따른 여성 살인사건이 발생하면서 관객은 절로 긴장하게 되죠. 봉준호 감독은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한 만큼, 당시 경찰 수사의 문제점과 시대적 배경을 사실적으로 그려냅니다. 일반적인 수사물과 달리, 영화는 비장하게만 흐르지 않고 특유의 유머와 애매모호함을 교묘하게 섞어 넣어 관객을 더 깊이 빠져들게 만들죠. “단서가 될 만한 게 없다”는 무력감과 “어떻게든 범인을 잡아야 한다”는 절박함 사이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사건을 추적하는 인물들.. 2025. 3.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