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갈등2 설국열차 (2013, 봉준호): 차가운 디스토피아, 불타오르는 인간의 욕망 1. 멸망 후, 열차에 갇힌 인류의 생존 방식 지구가 기후 실험의 실패로 얼어붙은 뒤, 인류는 생존을 위해 쉼 없이 달리는 거대한 열차에 몸을 싣게 됩니다. 이 열차의 엔진은 마치 신처럼 영원히 멈추지 않는 존재로 그려지며, 승객들은 찬바람이 몰아치는 바깥세상에 발을 디딜 수 없기에 강제로 열차 내부에서의 삶을 이어가야 하죠. 실제로 기차라는 밀폐된 공간은 봉준호 감독 특유의 디스토피아적인 상상력을 극대화하는 무대가 됩니다. 관객은 눈 덮인 폐허와 운명의 레일 위를 달리는 이 거대한 쇳덩어리를 바라보며, 한없이 차갑고도 서늘한 세계관에 빠져듭니다. 영화는 서사를 풀어가면서 기차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만들어진 ‘하나의 사회’라는 점을 시사합니다. 빙하로 뒤덮인 지표에서 밀려난 사람.. 2025. 3. 27. 기생충 (2019, 봉준호): 층간격차와 블랙코미디의 완벽한 조합 1. 기생충의 시작: 가족이 마주한 새로운 세계 영화가 열리면 반지하에 사는 기택(송강호) 가족의 모습이 펼쳐집니다. 아무리 문을 열어도 시원한 바람 대신 길고양이 냄새와 술 취한 사람의 소란만 들려오는 이 공간은, 가족들이 버티고 있는 사회의 가장 낮은 단면을 상징합니다. 기택의 아들 기우(최우식)는 친구로부터 부잣집 영어 과외 자리를 제안받고, 그 순간부터 가족에게는 어쩌면 인생을 뒤바꿀 수 있을지도 모를 작은 희망이 피어오릅니다. 봉준호 감독 특유의 유머는 극중 인물들의 처지를 웃프게 그려내면서도, 관객에게는 씁쓸함을 동시에 안깁니다. 전반부에는 이 가족이 얼마나 ‘새로운 세계’에 목말라 있는지, 그리고 그들이 이 세계로 들어서기 위해 어떤 절차와 거짓말을 감수해야 하는지가 절묘하게 보여집니다... 2025. 3. 2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