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평범한 일상의 붕괴, 의도치 않은 마주침의 비극
영화 [악마를 보았다]는 가장 평범한 일상을 순식간에 무너뜨리는 참혹한 사건으로 시작합니다. 국정원 특수요원 수현(이병헌)의 약혼녀가 살인마 경철(최민식)에게 무참히 살해되면서, 그의 삶은 돌이킬 수 없는 복수극으로 치닫게 됩니다. 연쇄살인마의 잔혹한 범행 수법과, 결혼을 앞두고 행복하던 주인공이 빼앗기는 삶을 교차 편집함으로써, 영화는 초반부터 극단적인 충격과 애절함을 동시에 전합니다. 김지운 감독은 이 극단적인 설정을 통해 관객에게 “우리가 누리는 평범함이 얼마나 쉽게 깨질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더불어 범죄자와 피해 유족의 대립을 넘어, 살인마와 복수자가 ‘본능적 폭력’을 공유하는 어두운 테마로 확장시키며, 사건 자체가 단순한 형사·범죄 영역을 넘어선 ‘인간 본성’의 문제로 치환됩니다. 관객은 수현이 복수를 결심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분노와 상실감에 공감하면서도, 그로 인해 펼쳐질 잔혹한 추적전에 대한 긴장감을 동시에 안게 됩니다.
2. 복수, 그 파괴적 광기의 끝에서 무엇을 얻나
영화의 본격적인 서사는 수현이 경철을 쫓아가면서 시작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범인을 한 번에 체포하거나 죽이지 않고, 일부러 놓아주면서 고통을 조금씩 더해가는 수현의 이중적 태도입니다. 여기에서 [악마를 보았다]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 드러납니다. 바로 복수심에 사로잡힌 자가 가해자와 동일선상에서 점차 비정상적인 폭력성에 물들어간다는 것이지요. 김지운 감독은 사건이 진행될수록 복수자의 집념이 악마의 형태를 닮아가는 아이러니를 폭력 장면과 심리 묘사를 통해 극단적으로 보여줍니다. 경철 역시 자신을 추격하는 수현을 ‘또 다른 괴물’로 인식하고, 점차 사냥꾼과 사냥감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쫓고 쫓기는 긴장감이 배가됩니다. 이처럼 누가 진정한 ‘악마’인지 쉽게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 영화 전체를 관통하며, 관객에게는 복수극이란 결국 파괴적인 광기만 남기는 행위인가 하는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동시에 폭력성과 잔혹성이 극단에 이르렀을 때, 인간이 잃어버리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서늘하게 체감하게 만듭니다.
3. 잔혹함에 담긴 묵직한 메시지, 해외 영화제의 반응
영화 [악마를 보았다]는 국내 개봉 당시 폭력 수위와 자극적 묘사로 인해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으며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살인마가 저지르는 엽기적인 범행과, 이에 맞서는 복수자의 끊임없는 폭력 행위는, 일반적인 범죄 스릴러와 비교해도 훨씬 더 잔혹하고 노골적인 장면들을 반복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높은 수위의 잔혹함이 단순히 시각적 충격을 주기 위한 장치에 그쳤다면, 이 영화는 쉽게 소모되고 잊혀졌을지도 모릅니다. 정작 김지운 감독은 무차별적인 폭력의 결과물이 어떤 허무함을 남기는지, 그리고 복수라는 감정이 결국 ‘피해자’와 ‘가해자’를 모두 지옥으로 이끈다는 메시지를 힘주어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이 오히려 국내외 평단에게 호평을 이끌어내, 국제 영화제에서도 꽤 주목받았습니다. ‘잔혹 스릴러’라는 장르적 틀 안에, 인간의 어두운 심연을 적나라하게 담아냈다는 평가가 이어진 것입니다. 결국 [악마를 보았다]는 극단적 폭력성과 잔혹함에 대한 경고이자, 복수에 잠식된 인간성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되짚어보게 만드는 작품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