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복합 장르의 정수, 스릴러·공포·미스터리의 조합
영화 [곡성]은 한적한 시골 마을을 무대로, 실체를 알 수 없는 연쇄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시작됩니다. 경찰 종구(곽도원)는 처음엔 평범한 살인사건으로 간주하지만, 피해자들이 이상 행동을 보이다가 참혹한 죽음을 맞이한다는 사실에 주목하게 됩니다. 이 사건이 단순한 범죄가 아니라, 미스터리한 존재나 무언가 초자연적 힘과 연관되어 있다는 느낌이 짙어지면서 영화는 본격적인 공포와 스릴러의 색채를 띠기 시작합니다. 나홍진 감독은 특유의 날카로운 연출과 사실적인 묘사를 통해, 한편으론 수사물 같은 긴장감을 형성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오컬트적 요소를 서서히 드러내며 관객의 몰입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립니다. 시골 마을 특유의 습하고 음울한 공기가 극 전체에 깔리면서, ‘현실’과 ‘비현실’ 사이의 모호한 경계가 점점 허물어지는 과정을 강렬하게 체감하게 만듭니다. 그 결과, [곡성]은 단순히 무서운 장면을 배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스릴러·공포·미스터리가 절묘하게 뒤섞인 복합 장르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2. 귀신인가 사람인가, 혼란 속에서 흔들리는 믿음
영화가 전개될수록 종구를 비롯한 마을 사람들은 일련의 사건을 둘러싼 공포와 의심에 사로잡힙니다. 특히 일본인(쿠니무라 준)이라는 외지인의 존재가 마을 주민들에게는 미지의 공포 그 자체로 받아들여지며, 이방인이 모든 참사의 원흉이 아닐까 하는 의혹이 짙어집니다. 더불어 무속신앙과 엑소시즘 등 동서양이 뒤섞인 의식들은 관객으로 하여금 ‘정말 초자연적 존재가 개입했는가’라는 질문을 품게 만듭니다. 주인공 종구 역시 어떤 때는 이성을 잡고 수사에 임하지만, 가족이 직접 피해를 입게 되면서 점차 광기에 가까운 공포와 분노에 휩싸이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영화는 끊임없이 “귀신이냐 사람이냐”를 두고 장난질하듯 단서를 흩뿌려, 관객마저 어느 쪽이 진실인지 알 수 없도록 혼란에 빠뜨립니다. 이러한 연출은 단순한 공포감을 넘어, 우리가 가진 편견과 믿음이 얼마나 쉽게 뒤흔들릴 수 있는지를 날카롭게 보여줍니다. 결국 [곡성]은 ‘악마 같은 존재’가 실제로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인간 내면에 잠재한 두려움이야말로 가장 무서운 악령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3. ‘곡성 해석’ 열풍, 감독의 의도와 관객의 몫 사이
개봉 이후 [곡성]이 불러일으킨 가장 큰 파장은 바로 ‘해석 열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나홍진 감독은 결말에 이르러서도 모든 수수께끼를 친절히 설명해주지 않음으로써, 관객마다 상반된 의견을 내놓을 여지를 남겼습니다. 사건의 진범이나 초자연적 존재의 정체, 그리고 인물들의 최종 운명까지 분명하게 제시되지 않아, 영화를 본 뒤에도 한동안 혼란스럽지만 묘한 흡인력이 계속 이어지는 것이지요. 이처럼 다층적인 구조와 의미심장한 상징들이 뒤엉킨 영화이기에, ‘곡성 해석’이라는 키워드가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며 수많은 분석과 추측이 쏟아졌습니다. 나홍진 감독 특유의 날 선 비주얼과 고도의 심리적 장치는, 오컬트와 스릴러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한국 공포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결국 [곡성]은 공포영화이면서도 인간 심리에 대한 깊은 통찰과 사회적 편견에 대한 날카로운 일침을 동시에 담아낸 작품으로,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무너지는 그 순간을 생생히 체감케 하는 나홍진 감독의 역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